최근 아주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장성인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스트레스 관련 질환을 앓는 환자 8906명과 일반인 2만6718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스트레스와 치매 사이에 연관성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최근 게재됐다.
스트레스가 치매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은 그전부터 꾸준히 보고되어 왔다. 그동안 연구를 통해 살펴보면 스트레스 관련 질환이 중, 장기적으로 다양한 육체적, 신경적 합병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정신적, 신체적 자원을 고갈시켜 ‘소진(exhaustion)’을 가져온다는 점이 합병증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스트레스가 치매 발병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은 미치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연세대 연구팀은 스트레스 관련 질환과 치매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2002~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스트레스 관련 질환 진단 환자 8906명과 이같은 병력이 없었던 대조군 2만6718명을 대상으로 평균 11년을 추적, 관찰했다.
또한 연구팀은 스트레스 관련 질환을 강도에 따라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급성 스트레스 ▲적응장애 등으로 나눠 치매 발생 위험도를 비교, 평가했다.
그 결과, 스트레스 관련 장애가 전혀 없는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PTSD 환자는 치매 발병위험이 1.78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비교적 가벼운 스트레스 질환에 속하는 급성스트레스와 적응장애도 치매 발병위험을 각각 1.20배, 1.32배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PTSD는 전쟁, 재난, 교통사고 같은 아주 예외적이고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나 사건에서 발생한다. 상황이 종료됐는데도 마치 끝나지 않은 것처럼 느끼고 마음이 그 상황에 머물러 있는 게 특징이다. 사건 직후에는 사고와 관련된 두려움, 악몽 등이 주된 증상이나 시간이 지나면서 불면증, 우울증, 알코올 의존 등 다양한 문제들이 같이 나타날 수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PTSD 환자의 치매위험이 가장 높다는 건 심각하고 오래 지속되는 유형의 스트레스 관련 장애가 치매위험과 강한 연관성이 있음을 의미한다며 더 강한 스트레스일수록 치매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스트레스 관련 질환은 나이가 들수록 치매 발병에 치명적이었다. 이번 연구에서 스트레스 관련 질환을 앓는 70세 이상의 치매위험은 40대보다 무려 31.55배나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팀의 장성인 교수는 “PTSD뿐만 아니라 비교적 가벼운 유형의 스트레스 관련 장애도 치매발병과 관련이 큰 것으로 나타난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치매 예방을 위해 평소 규칙적인 생활이나 운동이나 취미생활,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 등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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