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일상 이야기

근로 장학생 : 도서관 아르바이트

봄빛햇살23 2020.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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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다니면서 매 학기마다 근로 장학생을 신청했다. 근로 장학생은 근로를 해서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는 것이다. 시간당 돈의 금액을 따져보면 일반 아르바이트보다 노동 강도는 약하고 보수는 비슷한 수준이라 꽤 괜찮은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대학교라는 공간에서 하는 아르바이트라 수업 끝나고 바로 일하는 장소로 갈 수 있어 동선이 매우 효율적이다. 두 학기 동안 도서관에서 일 했다.

 

 

도서관에서는 무슨 일 했냐면 한 학기는 도서 정리와 사서 선생님의 잡무를 도왔다. 사서 선생님의 잡무는 라벨 붙인 것을 다시 덧붙이고, 파기해야 할 문서를 파쇄기에 돌리고, 구 도서를 밑에 창고로 옮기는 일을 했다. 이런 잡무 돕는 일은 쫌 별로다. 그런데 가까이서 사서가 하는 일이 뭔지 볼 수 있어 좋았다. 사서가 하는 일에 가장 부러웠던 업무는 신간도서를 선택 할 권리와 그걸 구매하는 일이다. 나도 읽고 싶은 책이 많아 다 사고 싶지만 보관할 곳도 없고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사서는 매달 책 구매 예산이 있을 텐데 거기에 자기가 읽고 싶은 책 한 두어 권 끼워 넣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신간도서를 먼저 읽어볼 수 있다는 점. 신간도서 라벨을 정해야하기 때문에 책을 보고 소설인지 경제서인지 등 분류하는 작업을 한다. 그때 신간도서를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보였다. 특히 잡지 같은 것도 매달 구매하는 것 같던데 화장품이나 작은 가방 등 사은품은 다 어떻게 관리하나 궁금했다. 어떻게 관리하는지 직접 봤지만 비밀이다. 대학교 도서관마다 방침이 다르겠지...

 

도서 정리하는 업무는 너무 좋다. 도서 정리하다 보면 내가 관심 갖지 않았던 분야의 책도 유심히 보게 되어서 좋다. 특히 유행하는 책은 여러 번 그 책을 같은 자리에 꽂아 놓게 돼서 그 책을 읽어보게 된다. ‘무슨 내용이기에 이렇게 많이 빌려 가냐?’ ‘나도 한번 빌려서 읽어보자.’하는 마음이 생긴다.ㅋ 내 진정한 책 사랑은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작된 것 같다. 도서 정리하는 업무는 그렇게 많지 않다. 생각보다 대학생들 책을 안 빌려본다. 그날 그 시간에 할당 된 도서를 능력껏 빨리 정리한다. 그럼 나머지 아르바이트 시간은 내가 보고 싶어 했던 책을 읽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갖게 된다. 도서 정리 아르바이트는 정말 꿀 알바다. 책 종류도 많이 알게 되고 책 읽을 시간도 있고 돈도 벌고 행복한 시간이다.

 

가끔 자기만 빌려보려고 라벨 번호와 다르게 다른 곳에 꽂아 놓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런 책은 금방 찾을 수 있다고 왜냐하면 라벨 색깔이 다르다. 예를 들어 소설이 라벨 위 색이 빨간색이라면 역사서는 라벨 위 색이 파란색이다.. 그래서 소설 라인의 책 있는 곳은 다 빨간색 일색인데 거기에 파란색이 있다면 눈에 확 띈다. ‘이 색깔이 왜 여기에 있지?’ 하고 제자리에 갖다 놓게 된다. ㅋ

 

도서관 아르바이트 생각하니 그때 생각이 난다. 참 편한 소파가 있었는데 그 소파에 앉아서 책을 많이 읽었는데~^^.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도서관 알바는 또 하고 싶다.

 

나머지 한 학기는 도서관 카운터를 봤다. 오히려 카운터에서 책을 반납 대출 처리하는 일이 별로다. 집중이 안 된다. 출입문 쪽에 있어서 산만하다. 예약 도서 잘 관리하고, 반납 들어 온 책은 책 수레에 라벨 색깔대로 정리해야 한다. 이렇게 카운터에서 먼저 가 분류를 해놓아야 한다. 그리고 책 찾아 달라는 학생도 있고 잡다한 민원 업무가 있다. 카운터를 보는 사람은 도서관 끝나는 시간까지 근무함으로 도서관 잠그고 퇴근해야 한다. 각 층마다 창문 단속을 하고 사람들이 남아 있으면 끝났다고 알리고 나가게 한다. 그리고 각 층마다 전등을 끄는데 쫌 무섭다. ㅠ 비오는 날에는 학생들이 더 별로 없는데 밤 늦은 시간엔 더 무섭다. ㅋㅋ 도서관 공간이 넓은데 그곳에 사람이라고 나 한명 남게 되니.... 어둡고 큰 공간에 압도 되어 무서운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 대학생이라면 꼭 근로 장학생을 신청해서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해보길 바란다. 책에 대해 없던 관심도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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