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일상 이야기

등산 이야기

봄빛햇살23 2020.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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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우연히 알게 된 40대 초반의 언니와 같이 어울려 논적이 있었다. 나와 나이 차이가 20살 정도 났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와 어떻게 친해졌나 모르겠다. 아마도 알바를 하는 곳에서 만나서 친해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손님으로 오신 분과 친해졌었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즐겁게 놀았던 것은 기억난다.

 

그 언니는 결혼을 안 하고 혼자 독립해서 살고 있었다. 그래서 언니가 퇴근쯤에 놀러가서 같이 자이글에 고기도 구워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그랬다. 어느 날은 그 언니가 주말에 시간 괜찮으면 등산을 가자고 제안했다. 집에서 가까운 산이기도 하고 기분 전환도 할 겸 같이 놀러 갔다.

 

 

집 근처에 이런 산이 있었나? 난 처음 가본 그곳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가까운데, 이런 좋은 산이 있었다니 자주 나와서 운동 좀 할걸...’하고 생각했다. 그 언니가 최근에 남자 친구와 헤어진 이야기를 들으며 산을 올라갔다.

 

지금 코로나 19로 등산을 못 간 지 며칠인가ㅠ 내 평생 이런 날이 있을 줄이야~ 여름 내내 비만 오고 어제는 비바람이 불어서 창문이 깨질 듯하고 다음 주 월요일에 또 태풍이 온다니 천재지변이 장난이 아니다. 종말이 다가오는 것인가? 또 얘기가 산으로 간다.

 

 

모든 산이 그렇겠지만 그 산은 코스가 좋았다. 처음에는 완만한 길이 있어서 준비운동할 겸 천천히 올라가는 코스였다. 그다음은 가파른 오르막이 있어서 운동효과 보겠다고 생각될 정도로 몸에서 땀이 났다. 숨이 차오를 정도로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되다가 완만한 오르막이 있어서 한숨 돌린다. 너무 쌩하게 가파른 오르막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중간중간 쉴 수 있게 완만한 길도 있었다. 그리고 다 올라간 산 정상은 개발을 해놔서 그런지 넓은 평지가 있었다.

 

산꼭대기 그 넓은 평지에 몇 명의 아주머니들이 생수며 막걸리, 김밥, 등을 팔고 있었다. 그늘에 자리를 잡아 놓고 그 언니가 막걸리 두 대접을 사 왔다. 우리는 산 정상에서 시원한 막걸리를 마셨다. 안주는 그 아주머니가 서비스로 준 고추장과 멸치 조금이다.

 

 

내 평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등산 후 산꼭대기에서 마시는 막걸리라니~ 너무나 맛있었다. 산을 오르면서 허기 진 속에 걸쭉한 막걸리가 들어가니 뱃속에 포만감과 알코올의 황홀함. 거기다 산 타면서 목이 많이 말랐는데 살얼음 동동 떠있는 막걸리다. 아주머니들도 오토바이로 그 물건을 나른 것 같았다. 그래서 막걸리는 집에서 얼려온 듯 다 살얼음이 있었다. 더욱이 경치가 죽인다.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산 정상에서 마셨다. 모든 음식은 야외에서 먹으면 더 맛있다.

 

막걸리를 마시면 머리가 깨지는 숙취가 있어서 잘 안 마시는데. 거기서 마신 그 막걸리의 맛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내 평생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고추장 멸치 안주와 시원한 막걸리였다.

 

날씨도 좋고 전염병도 잠잠해지면 운동도 할 겸 산 정상에 올라가 막걸리 딱 한 잔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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