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 채우자(책 이야기)

건축에 대한 교양

봄빛햇살23 2021.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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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이 책 제목을 2018년에 처음 봤었다. 그때 한참 부동산 재테크 서적이 뜨고 있었던 때다. 2019년까지 가파르게 집값이 올라서 서울의 집 있는 사람은 너도 나도 부자가 됐을 것이라는 부러운 이야기가 가득.ㅠ 서울에 집이 없는 내 입장에서는 ‘난 서울에 언제 내 집하나 가져보나~’하는 생각이 들던 때였다.

초판 발행 2018년 05월 30일 “어디서 살 것인가” 이 책 제목을 2019년에 보고 부동산 재테크 서적의 하나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쫌 더 거시적으로 돈 되는 부동산을 보는 안목을 길러주는 책일까? 기대하고 언젠가 읽어봐야지 미뤄 뒀는데... 이렇게 시간이 지나 2020년 10월 지금에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읽어 보니 부동산 재테크 서적이 아니다. 이 책은 건축학 교수가 건축에 대한 인문학에 대한 얘기를 하는 내용이다. 지은이 유현준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다. 그리고 이 책의 출판은 홍익대학교 연구비 지원으로 출판됐다고 한다. 이 책을 다 읽으니 “건축학 개론”이라는 ‘교양선택 과목 강의 잘 들었다.’라는 기분이 들었다.

 

 

회사에 쉴 공간도 부족한데 위 그림처럼 개방형 비상 계단이면 쓰는 사람도 활용도가 높을 것. 또한 답답한 콘크리트 마감이 아니라 개방적이라 도시미관도 아름다워 질듯.(출처: p.111)

 

 

저자는 ‘건축은 거울과 같다. 우리는 건축 공간을 통해서 우리 자신을 비춰볼 수 있다.’ 라고 표현했다. 이런 말은 처음 들어봤다. 건축이 우리 자신을 보여준다. ‘건축은 그냥 건물의 소유주가 필요에 따라서 알아서 만든 거 아닌가?’ 건축을 만드는 건 소유주가 만들었지만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세금 들여서 만들어진 국가 소유의 건축물들은 우리가 관심을 갖고 어떻게 만드는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출처: 어디서 살것인가 P.27

 

 

 

"p.28 공간적으로나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는 12년 동안 아이들을 수감 상태에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어쩌면 고등학교 졸업생에게 꽃다발을 주기보다는 두부를 먹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공적인 공간인 학교는 사진처럼 교도소와 매우 흡사하다. 조그만 교실에서 책상 다닥다닥 붙여놓고 졸더라도 자유 없이 수업시간 내내 붙어 있어야 하는 것도 교도소와 비슷하다. ‘두부를 먹여야 한다’는 저자의 해석이 매우 재미있다.

 

또한 p.102을 보면 ‘건축적으로 보면 후드티를 입는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을 가지기 어려운 도시 빈민들이다.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시선을 차단하고 자신의 영역을 만들려고 한다. 지붕이 있는 공간을 소유하지 못하니 모자를 쓰고, 후드를 뒤집어쓴다.주변이 안 보이니 머리를 좌우로 두리번거려야 한다. 이런 행동이 힙합의 움직임이다. 후드티를 입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행동은 자신만의 사적인 공간이 없을 때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행동 패턴이다. 손을 좌우로 넓게 흔드는 것도 힙합 춤의 형태다.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액션이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공간을 구축하려는 가장 저렴한 방식이다.’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행동 분석하는 것은 흔히 봤는데 건축학자가 후드티 입는 인간 행동을 해석하는 시각이 참 새롭고 재미있었다. 이것 말고도 다양한 해석이 가득하다. 읽는 내내 건축학을 통한 상식을 넓혀 주는 느낌이었다.

 

 

 

출처: 어디서 살것인가 P.108

 

 

 

"p.95 1인 가구가 되면 개인이 사용하는 공간이 줄어들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공원 같은 공공 공간도 부족하다. 이 같은 정주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의 부족을 해결하는 것은 앞서 말했듯 각종 카페들이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카페를 보유한 이유는 결국 우리 국민들에게 앉아서 쉴 곳이 없기 때문이다."

"p.109 우리나라에서 비용 대비 공간을 빌리는 순서를 가장 저렴한 편의점부터 PC방, 카페, 노래방, 모텔 순서다. 우리의 주거 공간에 사적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청소년은 편의점과 PC방으로 가고 대학생은 카페와 모텔로 가고, 직장인은 차를 산다."

나도 날씨가 좋아서 도시를 조금 거닐다 쉬고 싶으면 앉아 있을 곳이 없어 카페에 들어가곤 한다. 정말 우리 도시에는 걸을 공간도 부족하지만 걷다가 쉴 공간은 더 부족하다. 공공 공간인 공원이 많이 생겨서 다양한 사적 욕구가 해소될 수 있길 바란다. 그럴려면 많은 사람들이 공공 공간의 이해가 필요할 텐데... 나도 이 책을 통해 2020년에 처음 생각한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공공 공간의 필요성을 알게 될까?

 

저자는 p.83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사는 도시가 아름답지 않다면 그것은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그 안에 사는 많은 사람의 건축적 이해와 가치관의 수준이 반영된 것이다. 좋은 도시에 살고 싶은가? 나부터 좋은 가치관을 갖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건축학적인 미색이 있다면 우리의 도시는 아름답게 물들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먹고 사는 것이 빠듯하지만 그래도 건축학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출처: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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